(EP 01) 간단한 문장은 바로 얘기할 수 있게!



“저 지금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으니까 식기 전에 빨리 가르쳐 주세요.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요. 그 때 코치님이 공부하는 거 보니까 미드로 하던 거 같던데 저도 미드로 하면 되나요? 그냥 싹 다 외우면 되는 건가요?”



“우리 천천히 생각해 봐요. 어떤 일이든지 정확한 원리와 절차를 알고 시작해야지 성공 확률이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원리와 절차? 그런 거 말고 나 당장 어떻게 하는지부터 가르쳐 주면 안될까요? 귀찮은 것들은 건너뛰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요. 그냥 오늘부터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저에게 숙제를 내 주세요.”



“마음이 급해지는 건 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잰잰님이 정말로 빠른 시간 안에 영어를 자기 언어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외국어를 습득하는 원리를 꼭 알고 있는 게 좋아요. 천천히 하나씩 풀어볼게요.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니까요.”



“그러면 외국어습득의 원리라는 거... 그걸 아는 게 왜 중요한 건지 얘기 좀 알려주세요.”



“이제까지 영어 시작한 적 많았지만 항상 얼마 못 갔다고 말씀하셨죠? 너무 조급하게 시작해서 그런 거예요. 본격적으로 출발하기에 앞서서 언어습득의 원리와 절차를 정확하게 알아둬야 방향도 정확하게 잡고 시행착오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그래야 중간에 꼭 따라오게 되는 지루함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어요.”



“원리를 알면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다고요?”



“네. 영어뿐만 아니라 어떤 언어든지 자신의 언어로 습득하려면 집중과 꾸준함이 생명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계속 출현하는 각종 방법론이나 화려한 콘텐츠에 현혹돼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방법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거예요. 확신을 가지고 꾸준함을 유지하려면, 학습자 자신이 언어습득에 관한 원리를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 그리고 원리를 알았으면 어떤 절차가 있는지 알아보고 흔들림 없이 그 절차에 따라서 한 발짝씩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알겠어요. 그럼 원리를 알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건 알았으니까 이제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제부터 복잡한 이론 얘기 최대한 생략하고 중요한 것들 위주로 하나씩 얘기해 볼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출발점을 잘 잡는 거예요. 우선 스스로 생각할 때 지금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고 어떤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제 지금 실력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완전히 백지는 아닌 것 같아요. 아주 쉬운 말들은 더듬거리면서라도 몇 마디 할 수는 있는 거 같고, 흠... 듣기랑 읽기도 아주 기초 정도인 것 같아요. 혼자 외국인하고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절대로 아니고... 그냥 어중간한 정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렵네요.”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영어를 잘 하고 싶다고 질문을 던지는 분들 대부분이 가진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자신의 현재 위치를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거죠.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상태를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야지 잰잰님의 위치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 그에 적합한 재료와 공부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그때 마이클하고 있을 때 보니까 영어로 한마디 뱉는 것 자체를 엄청 힘들어 하는 것 같던데... 다른 자리에서도 평소에 그러는 편인가요?”



“당연하죠. 일단 영어로 얘기만 하려고 하면, 다 아는 말도 혀가 꼬이고 식은땀이 나면서 까먹고 말을 못할 때가 많아요. 한 마디로 ‘외국인이랑 영어로 말 하는 거 자체가 힘들다!’, 이런 상태죠. 그리고 나중에 보면 다 알던 말인데, 외국인이 말을 할 당시에는 뭐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아요.”



“네. 사실 잰잰님도 아시겠지만 그런 것들은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고민이에요. 보통의 스피킹 초보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증상이거든요. 그럴 때는 처음에 중점을 둬야 할 곳이 있어요. 바로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에 대한 낯섦’을 없애 가는 거죠. 그냥 어떤 말을 하고 싶을 때 짧고 쉬운 말들은 나도 모르게 영어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조금씩 잰잰님의 언어로 만들어 보자는 거죠. 문법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는 건지, 이 표현이 이 상황에서 적당한 건지 따위는 잠깐 잊고 말이에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영어로 말 하는 것 자체가 과연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이해는 가는데, 도무지 그 느낌이 뭔지 상상이 잘 안돼요.”



“이쪽에 관심이 없으면 생소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운동을 배우는 과정에 비유해서 한 번 얘기해 볼까요? 사실 운동을 익히는 원리와 언어를 익히는 원리는 서로 같아서 같이 살펴보면 훨씬 이해하기 좋거든요.”



“영어를 익히는 게 운동을 익히는 원리와 같다고요?”



“네. 영어 자체만 가지고 얘기를 하면, 언어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들으면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미 잰잰님에게 익숙한 운동을 생각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 훨씬 더 받아들이기가 쉬워질 거예요.”



“알겠어요. 저도 운동 하나쯤은 배운 적 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요?”



“자전거, 스키, 수영 같은 운동 배울 때 생각해보세요. 수영 배울 때 이론으로 배우셨어요? 처음에는 간단하게 설명을 들고 나서 바로 연습을 시작하셨죠? 어떻게 하는지 머리로 이해하기 보다는 일단 연습을 시작했을 거예요. 영어도 마찬가지죠. 원하는 역량을 갖추기 해서는 이론만 공부하기 보다 계속해서 반복 훈련을 하는게 필요하다는 얘기에요. 물론 이론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문법적 규칙이나 관련 지식도 분명히 필요하긴 해요”



“음...수영이랑 비교해서 얘기하니까 뭔 지 알 것 같네요. 그러면 원리는 그렇다 치고 정확한 절차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선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해요. 그러면 어떤 순서로 공부를 해 가야 하는지가 분명해지거든요. 그 이후에 일정한 절차에 따라서 하자는 거죠. 잰잰님은 수영 배울 때 처음부터 턴이나 다이빙 같이 멋있어 보이는 것부터 배우셨어요? 조금 재미없어도 발차기부터 차근차근 배웠을 거예요. 말을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외국어도 이처럼 기본기를 탄탄하게 익힌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영어는 대부분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넘어가거든요.”



“아! 이제 무슨 말인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 거 같기는 해요. 그런데 기본기라는게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죠? 그동안 학교에서 공부한 것들 정도면 기본기는 이미 갖춰진 거 아닌가요?”



“그거 진짜로 중요한 질문이에요. 제가 간단한 한국어 문장을 보여드릴 테니 영어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자전거를 너무 오래 탔더니 너무 피곤하다.

내일 아침 일찍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 자야해.

지금 안 계시는데 메모 전해드릴까요?

250미터 정도 직진해서 오른쪽 길로 꺾으면 바로 보일 겁니다.

지금 친구랑 얘기중인데 30분 후에 다시 전화할게.



대충 이런 정도의 말이나 좀 더 짧고 간단한 말들까지 30~40개 정도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영어로 말 할 수 있던 내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아… 쉬운 문장 같은데 입에서 잘 나오지 않네요.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요. 이런 게 기본기인가요?”



“맞아요. 간단한 말들은 생각하는 과정 없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먼저 쉬운 문장으로 연습하라고 하셨군요. 얘기를 들으니까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럼 언제까지 연습을 해야 할까요? 몇 문장 정도를 외우면 기본기가 만들어 질까요?”



“그것도 또 말씀드릴게요. 일단 집에 가서 오늘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해보세요.”




코치재원의 추가 조언


영어책은 점점 많아지고 공부방법론은 다양하게 알려지고 있는데 정작 초보자들의 영어 실력은 계속해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는 것 같은 말하기 실력 때문에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합니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차분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에 구할 수 있는 영어교재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영어회화책 딱 하나 밖에 없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십중팔구 한국인들의 평균적인 영어구사능력이 지금보다 조금은 좋아져 있을 것입니다.



다른 것을 찾아보려 해도 구할 수가 없으니, 본 것을 또 보고 또 말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책 한권에 들어 있는 내용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조금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외국어 습득의 원리를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나 다중언어구사자들은 이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언어의 핵(Language Core)’입니다. 영어를 익히는 학습자라면 당연히 ‘영어의 핵(English Core)’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비법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수의 영어 정복자나 언어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언어적 개념입니다. 다만 그것을 설명하는 용어와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전 세계를 돌아보면 5~6개 이상의 언어에서 많게는 20여 개에 달하는 외국어를 구사하는 다중언어구사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나이도 십대에서 20・30대에서 많게는 60대 이상까지 다양하게 퍼져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많은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그들의 방식은 각자가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외국어를 익히는 초창기에 아주 단단한 ‘언어의 핵’을 만드는 과정을 꼭 밟는다는 것입니다.



영어의 핵: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서는 초보자가 꼭 갖춰야 할 기초적 언어역량

크게 나눠 보자면 일단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문법적 직관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져서 굳어진 영어의 구조를 몸으로 완전히 체화시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영어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에 대한 어색함 자체를 없애야 합니다. 영어 대화 자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영어 고유의 ‘진짜 소리 세계’에 익숙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① 기본적인 상황별 표현능력 만들기

② 기본적인 영어 멜로디감각 습득

③ 기본적인 영어의 구조감각 키우기(문법적 직관력 기초)

④ 영어 발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 낯섦 제거



이 세 가지 기초역량을 가지려면 완전히 초보 수준의 단문을 반복 연습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영어의 기본적인 어순에 대한 단단한 감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