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3) 꼭 큰 소리로 영어 말하기를 말해야 하나요?


“아, 그런 거였군요. 저는 리듬과 음정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지도 전혀 몰랐어요. 저도 앞으로는 꼭 그렇게 해 볼게요. 리듬과 음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연습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음...결론부터 원어민의 목소리를 완전히 똑같이 성대모사 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거예요”



“성대모사? 개그맨들이 하는 그런 거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얼굴에 철판을 깐다고 생각하고 원어민의 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처음에는 조금 간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대부분 그러거든요. 그런데 하다 보면 이것도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제가 쉽게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선 리듬을 익히려면 가장 먼저 영상에 나오는 소리를 느린 속도로 들어봐야 해요. 완전히 소리에 집중해 보면서 말소리의 흐름을 보는 거죠. 아 여기는 길게 말하고, 또 여기는 거의 소리를 안내고 짧게 말하고, 여기는 꽤 힘을 줘서 높은 음정으로 말을 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소리를 관찰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소리를 그대로 내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거죠.”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만 하면 되나요?”



“그럼요! 막연하게 하는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들이 있어요. 첫 번째는 꼭 연습하는 소리를 녹음하는 거고, 두 번째는 평소 목소리보다 훨씬 큰 소리로 연습하는 거예요.”



“녹음과 큰 소리를 해야 한다고요? 그리고 저는 평소에도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꼭 큰 소리로 연습을 하나요? 실제 말할 때는 어차피 제 목소리가 나올텐데요.



“귀찮다고 녹음을 안 하면 큰 문제가 한 가지 생기게 될 거예요. 잰잰님이 제대로 소리를 내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거든요. 흔히 자기가 내는 소리는 정확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막상 녹음해서 들어보면 이게 내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들릴 거예요.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듣는 것과 일단 소리가 밖으로 나와서 공기의 울림을 통해서 퍼지는 소리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게다가 리듬과 음정을 들리는 것처럼 똑같이 하고 있는지 여부도 꼭 확인해가면서 제대로 될 때가지 연습해야 해요. 녹음은 영어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어를 익힐 때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꼭 습관을 들여 놓는 것이 좋아요.”



“아! 가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거 녹음해서 들어보면 이게 제 목소리가 맞나 싶은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 거랑 비슷한 거네요. 앞으로는 간지럽겠지만 녹음은 꼭 해볼게요. 그러면 왜 평소보다 큰 소리로 연습을 해야 하는 건데요? 자신감을 가져라, 그런 의미인가요?”



“사실 녹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큰 소리로 훈련하는 거예요. 그건 자신감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런 건 사실 부차적인 문제예요. 큰 소리로 훈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큰 소리로 말해 봐라 하는 얘기는 하도 들어서 나도 대충 알고는 있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였나요? 전 그냥 조금 더 도움되는 줄 알았는데... 구체적으로 왜 큰 소리로 연습을 해야 하는 거예요? 목도 아프고 남 보기에도 민망하고 그러잖아요.”



“낯선 소리는 받아들이기도 힘들지만 내는 것도 그만큼 힘들어요. 들리는 대로 소리를 내려고 해도 혀가 움직여 주질 않죠. 큰 소리 연습은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근육을 단기간 내에 유연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그래서 조금 민망하더라도 꼭 한 번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큰 소리로 연습하는 게 단순히 자신감 차원만은 아니었네요. 앞으로는 큰소리로 연습할 장소를 열심히 찾아봐야겠어요. 녹음도 꼭 해서 다시 들어보면서 고쳐볼게요.”




코치재원의 추가조언

스트레칭과 큰 소리


영어 말하기에 관심이 있는 초보자들이라면 큰 소리로 연습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누구는 자신감의 문제로 설명하고 또 누구는 그렇게 해야 기억이 더 잘 된다는 얘기도 합니다. 그런데 큰 소리로 연습하는 것은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더 먼저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스트레칭입니다. 격렬한 활동 중에 근육이 다치지 않게 하려면 본격적인 실전에 앞서서 최대한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부드럽게 풀어줘야 하는데요. 큰 소리로 연습하는 것은 우리말과 다른 소리로 이루어진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한 일종의 스트레칭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어는 우리말의 소리와는 많이 다른 소리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리를 내는 중요한 발성기관 중 하나인 혀는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전체가 근육으로만 이루어진 곳입니다. 우리말에만 존재하는 소리만 내면서 완전히 굳어버린 혀를 영어소리를 내는 방향과 깊이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만, 알고 있는 표현도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면서 말을 할 수가 있게 됩니다.



작은 소리로 얘기할 때는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반대로 큰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입술과 혀를 크게 움직여줘야만 가능합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던 방향으로 혀를 움직이고 적절한 소리를 내려고 하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초기에는 혀가 뻣뻣해지고 근육통도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굳어 있던 근육이 풀리는 것처럼, 결국 혀도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움직임에 익숙해지게 될 겁니다.



어린이들이 한번 들은 영어소리를 똑같이 내는 현상은 바로 이런 원인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아직 한국말의 소리를 내는 쪽으로 혀를 포함한 발성기관이 굳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어소리에 대한 ‘자기만의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입니다. 들리는 소리를 그래도 받아들이고 그 소리를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성인들보다 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 고유의 멜로디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큰 소리로 말해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어보다 큰 고저장단의 변화를 가진 영어는 어떤 특정 구간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마치 음악을 듣고 있는 착각까지 일으키곤 합니다. 귀에 들리는 소리의 흐름과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 강세를 자연스럽게 익히기 위해서는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두세 배 정도는 과장한다는 느낌으로 연습해야만 쉽게 영어 특유의 멜로디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습을 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큰 소리로 말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