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8) 영어 말하기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이 있어요.


“코치님 말씀대로 낯선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얘기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조금 어색하긴 해도 훨씬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왔어요.”



“잘 하셨어요. 성격을 바꾸지 않는 한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훨씬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말할 때마다 조금씩 부담이 되거든요. 누구나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사실은 정말로 저를 힘들게 만드는 게 하나 더 있어요. 아직 영어로 말하려고 하면 목에서 딱 막히는 느낌이 들어요. 이 말을 해도 될까… 내가 하는 말이 이상해서 오해하지는 않을까… 이런 고민이 되기도 하고요. 토익 같은 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겠죠?”



“보통 영어 좀 한다고 하면 다들 그 사람의 시험점수를 물어보곤 하죠? 그런데 과연 시험점수로 영어구사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시험 점수가 높아도 정작 필요한 말은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정말인가요? 전 시험 점수가 높은 젊은 사람들은 이런 고민 안 하는 줄 알았어요. 다들 영어도 유창하고 걱정도 없어 보였거든요. 그렇지만, 시험점수 말고는 영어를 잘 하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증명할 게 없잖아요."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죠. 잰잰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결국 얼마나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느냐가 가장 큰 기준이겠죠? 한 마디로 부담 없이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게 쓰는 것.”



“맞아요. 바로 그게 딱 제가 원하는 거예요.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읽고 듣기는 이제 조금 되는 것 같은데 말은 도저히 안 나오고... 정말 답답해요.”



“이제까지 만나온 각종 영어시험들 때문에 정확성에 대한 집착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더 그럴 거예요. 시험은 정답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말을 할 때 문법적인 정확성을 따지면서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입을 닫고 있는 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거든요. 저도 그 습관 버리느라 정말 엄청나게 고생 많이 했어요.



“정확성에 대한 집착? 그게 뭐죠? 알 듯 말 듯 아리송한데요?”



“정말 중요한 얘기를 해 드릴게요. 영어로 말할 때 큰 도움이 될 거니까 꼭 기억해주세요.”



코치재원의 추가 조언

정확성에 관하여


문법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지 영어로 말하기가 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듣기도 잘 해야 하고, 읽기도 역시 잘 하는 것이 말하기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고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무엇이건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으면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수 있겠지요. 그런데 같이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그런 것들이 정말로 말하기 역량과 정비례하는 것들일까요? 과연 원어민들은 자신이 평소에 쓰는 말을 얼마나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한국어 원어민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한 시간 정도 녹음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꼭 친구들과 대화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비즈니스 협상 자리라고 해도 전혀 무방합니다. 그렇게 평소에 말하는 습관 그대로를 녹음한 후 녹취록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말소리를 들리는 그대로 적는 일종의 글로 보는 말의 기록 말입니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궁금하신 분은 실제로 한번 실험을 해 보기 바랍니다. 한 시간이 조금 길다 싶으면 딱 십분만 해 보세요.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말을 아주 조리 있게 더듬지 않고 할 수 있는 훈련이 되어 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마 눈으로 읽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대화문이 펼쳐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실제 영어 원어민들의 일상 대화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완벽하고 정확한 영어’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들 역시 문법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수많은 오류들을 범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이해하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한국의 영어 강의실에서 들었던 ‘어색하고 틀렸다는 표현’들도 정작 그들은 상황에 걸맞게 어색함 없이 얘기하고는 합니다. 그럼 그들이 말하기에 자연스러운 이유가 문법규칙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일까요?



생각하는 것을 바로 바로 말 할 수 있으려면 그에 합당한 어휘력, 문법적 직관력, 말 자체에 대한 충분한 연습, 이 세 가지 능력이 동시에 발현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어휘력이란 단순히 go를 ‘가다’로 알고 있는 단순 어휘력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문법적 직관력 역시 문법규칙을 머리로 이해하는 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의 일반적인 규칙을 별다른 지식 없이도 느끼고 그대로 발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듣고 이해하는 능력과 말하고 쓰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능력입니다. 개별적으로 따로 따로 연습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보가 들어오면서 이해되고 받아들이는 것과 자기 안에 쌓여 있는 정보를 처리해서 내보내는 능력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



객관식 시험 영어라면 정답과 답이 아닌 말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쓰는 입말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답이 없는 것입니다. 때로는 웃기기 위해서, 때로는 대화 당사자들만이 아는 표현들로 공식에는 맞지 않는 ‘말의 유희’가 항상 펼쳐지기도 합니다.



말이란 것이 얘기를 하다보면 각종 실수들이 여기저기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부자연스러움이 발생하고 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게 됩니다. 정확성에 대한 집착이 말의 기회를 애초부터 차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어로 말하기에 능숙해지고 싶으신가요?



‘실수를 하면서 점점 말 실력이 늘어가는 것’ 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잊지 말고, 알게 된 표현과 각종 문장들을 입으로 자주 뱉으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렇게 해서 그 말을 입에 완전히 붙여버리는 것이 말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지식으로 이해를 하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답을 찾기 위한 문법적 이해나 단어 하나의 어감에 집착하는 것보다, 말하는 당시에 알고 있는 의미와 느낌으로 반복해서 말을 해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초보자들에게는 더욱 그런 습관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오류와 반복적인 실수(?)를 통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아질 수 없는 능력.

바로 말하기 능력입니다. 외국어나 모국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틀리게 말하는 것을 즐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