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부해도 여전히 영어 울렁증. 단순히 영어를 못 해서 그런걸까?

안녕하세요. 왕초보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4060 전문 영어 스피킹 코치 성재원입니다. 


영어 왕초보 분들을 가르치다 보면 항상 물어보는 말들이 있는데요. 영어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위해서 글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영어를 배운지가 10년이 넘어가는데 외국인 앞에서 한 마디도 못 하겠어요', '영어만 하려고 하면 긴장이 돼서 말을 못하겠어요’ '저는 영어 울렁증이 너무 심해요.'


이런 말들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분명히 아는 말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HI" 이외에는 입을 열지 못하고 냉가슴만 끙끙 앓다가 결국 얼굴이 빨개 도망치듯 빠져나오게 되는데요. 집에 와서는 ‘아! 그땐 이 말을 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면서 이불을 뻥뻥 걷어찬 경험, 한두 번 정도는 누구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정말 많습니다.



단순히 영어를 못 해서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사실 영어 울렁증은 단순히 영어에서만 이유를 생각해서는 답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제 경험담에서 이미 한번 들어보셨을 텐데요. 영어 외적인 요인을 동시에 생각해 보고,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아무리 영어 듣기나 읽기를 잘 하게 되더라도, 심지어는 말하기에 자신이 생겨도 외국인과 대화할 때 부담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성격이 호탕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분들은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영어실력 이외의 요소로 우선은 크게 두 가지를 들어 보겠습니다. 같이 생각해 보시죠. 이것들만 해결되어도 영어로 외국 사람과 대화하고 어울릴 때 심리적 부담이 많이 덜어질 겁니다.(특히 영어 왕초보 분들은 이 글을 보고 나면 연습 효과가 200% 증가할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주변을 의식하는 성향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저처럼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 중 대다수가 외국인이 아닌 같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도 조금씩 긴장을 합니다. 주변에 한국인이 한둘이라도 있으면 대화를 할 때 모두를 의식하곤 합니다. 처음 만나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단 둘이 자리를 함께 하는 것 자체도 조금 불편하게 느낄 때가 많습니다.


같이 얘기를 나눌 주제도 없고, 시간 내내 이어지는 어색함 때문에 쉽게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힘듭니다. 물론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상대방의 반응 하나하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격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는 한,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낯선 이들과의 대화 상황에서 긴장하는 습관은 계속 남아 있을 겁니다.


외국인들은 우리가 평소에 만나기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은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으면 한 달에 한 번 얘기를 나눠 보기도 힘든 사람들입니다. 문화적인 코드도 다르고 함께 한 추억거리도 없는 아주 낯선 사람이라는 겁니다. 공통주제가 없는 낯선 사람과 얘기를 계속 쉽게 이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더군다나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눈까지 의식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덜 겪는, 그러니까 활발하고 낯가림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외국어를 빨리 익히곤 합니다. 같은 노력이라면 영어 울렁증으로 인한 방해를 덜 받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낯선 외국인, 입으로 내뱉으려고 하는 표현의 정확성에 대한 강박관념, 부담백배의 마침표를 찍어주는 옆자리 한국인 친구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그동안 한 마디 내뱉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겁니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내가 영어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주변을 너무 의식하고 상대방도 낯선 사람이니까 긴장되는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 사실을 그냥 편하게 인정해 보세요. 대화를 할 때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겁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성격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야 없으니까요. 하지만, 원인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꾸준한 노력이 더해지면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꼭 믿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영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영어 왕초보 분들은 오히려 더 좋습니다. 잘못된 고정관념이 없기 때문에, 영어 말하기를 할 때 더 자유롭습니다.)



두 번째는 ‘사고력과 표현력의 괴리’를 들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모국어의 언어적 지식체계수준과 영어의 그것과의 차이가 심리적 괴리감으로 다가온다는 얘기입니다. 이 현상은 초보자들보다는 중급 이상의 말하기 실력을 가지게 되면 대부분 느끼게 될 겁니다.


같은 상황에서 한국어로는 길고 자세하게 말할 수 있는데 영어로는 불가능한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자신이 가진 모든 생각이나 지식을 풍부하고 정밀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죠. 스스로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분들일수록 느끼는 괴리감이 크고 강박증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자라고 교육받았다면, 영어를 한국어와 똑같은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극소수의 특별한 케이스는 예외가 될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모국어와 같은 수준으로 내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처음부터 어렵다는 사실을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일수록, 이런 ‘사고력과 표현력의 괴리’가 주는 심적 부담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 울렁증이 생기는 이유를 알았으니 내일부터 바로 마음이 편해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오랫동안 가져온 마음을 하루 아침에 바꾸긴 쉽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꾸준한 연습이 더해진다면 자신감이 생기면서, 영어로 말할 때 따라오는 부담감이 서서히 없어질 겁니다. 지금 당장 할 일은 1문장이라도 좋으니 당장 영어 문장을 연습하는 것입니다.